의료법위반
2022도13370법원 판례 원문
[1] (가) 구 의료법(2019. 8. 27. 법률 제16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외과적 시술, 조산, 간호 등을 시행하여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하는 행위 및 그 밖에 사회통념에 비추어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 등에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어 의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시행 및 관리가 필요한 행위를 의미한다.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수단, 경위와 태양, 행위에 필요한 의학적 전문지식의 내용과 정도,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의 내용과 정도 및 관리가능성, 의료기술의 발전 양상과 의료환경의 변화, 보건위생에 관한 사회 일반의 지식 수준과 정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 및 그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나) 의료행위의 개념과 판단 기준에 관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의료인이 행하는 서화문신행위(이하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라 한다)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는 대부분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이루어진다. 서화문신시술을 받는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에 원하는 글자 또는 그림, 무늬, 색상 등을 새기기 위한 목적으로 문신을 의뢰하고 비용을 지급한다. 서화문신을 시술하는 사람 역시 피시술자가 희망하는 글자 또는 그림, 무늬, 색상 등이 피부에 잘 새겨질 수 있도록 장식적ㆍ예술적ㆍ미용적 측면에 중점을 두어 문신의 전형적 방법에 따른 문신행위를 할 뿐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를 문신행위의 주된 목적 또는 부수적 목적으로 삼아 문신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또한 문신행위 과정에서 질병의 예방ㆍ치료나 건강 증진을 위한 행위임을 표명하지 않거나 질병의 예방ㆍ치료에 사용되는 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② 문신시술은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도 시술자에게 이러한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있는지를 주로 고려하여 문신시술을 받을지를 결정한다. 또한 통상적인 문신시술 형태와 시술 부위에 비추어 보면 시술자에게 반드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시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록 문신시술이 침습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문신행위의 경우 침습의 범위가 피부에 한정되고 사용하는 도구들과 시술방법이 비교적 정형적이어서 여기에 반드시 의사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광범위하고 매우 높은 수준의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위생적이고 안전한 문신시술에 필요한 정도의 의학적ㆍ기술적 지식의 습득과 시술 환경, 도구, 방법 및 절차 등에 대한 교육이나 규제 등을 통하여 문신시술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이나 질병 전염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을 통하여 문신시술 과정이나 결과를 적정하게 통제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정도로 보건위생상 위해를 관리할 수 있다.
③ 대법원은 1992. 5. 22. 선고 91도3219 판결에서 눈썹 문신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그 후 지금까지 이루어진 의료기술의 발전 및 의료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면서 문신시술의 부작용도 과거보다 훨씬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최근 수년간 코로나 19 등 감염병 위기를 겪으면서 보건위생에 관한 사회 일반의 지식 수준과 그 실천 정도가 현저히 개선되었다.
또한 문신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시술 여부를 결정하기 전 인터넷 등에서 시술자, 시술환경과 방법, 도구, 안전성, 비용 등에 관한 정보를 미리 확인하여 스스로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들이 질병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같이 자신을 상대로 이루어질 침습적 행위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도 아니다.
④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문신은 신분, 지위 및 소속감의 표현, 예술성의 발현, 인간적 교감이나 약속의 증표, 추억의 소장, 의지의 각인, 자기애의 현출, 동경, 모방이나 개성의 표현, 장식의 일종, 미적 취향의 표현, 의미 있는 대상과 사건의 기록, 가치관과 신념의 표현 등 다양한 사회ㆍ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미용문신에 대한 여론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 및 그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오로지 의료인만 문신행위를 할 수 있다는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병역의무자의 문신에 관한 신체등급 평가기준 및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의 신체검사 평가기준 중 문신 관련 판단 기준이 일부 변경되는 등 병역의무의 이행과 공무담임권 측면에서도 문신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5. 10. 28. 법률 제21070호로 제정되어 2027. 10. 29.부터 시행될 예정인 문신사법의 입법은 문신행위에 대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 및 그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현저히 변화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⑤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 문신행위를 하려는 사람의 직업의 자유,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는 물론, 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행복추구권,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관련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으로 하여금 서화문신행위를 위하여 의료인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비의료인의 서화문신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이처럼 서화문신행위에 의료인 자격을 요구할 경우, 의료인이 아니면서 서화문신행위를 하려는 사람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의료인 면허라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하여 서화문신행위를 직업으로 선택할 기본권 향유의 기회를 사실상 봉쇄당하게 된다.
서화문신의 피시술자가 원하는 수준의 서화문신 기술과 경험, 예술적 표현력, 창작성은 높은 수준의 의학적 전문지식을 보유한 의료인이라고 하여 반드시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서화문신행위로 인한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의 측면만을 강조하여 오직 의료인에게만 서화문신시술을 허용하고, 비의료인에게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서화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자유로운 인격 발현을 통한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나아가 의료인인 의사로부터 서화문신시술을 받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오직 의료인에게만 문신시술을 허용하고 비의료인에게는 문신시술을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해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서화문신이든 미용문신이든 문신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합법적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사회를 만듦으로써 전체 국민의 인격 발현, 개성 표현 및 행복추구를 위한 수단을 규범적으로 봉쇄하는, 그야말로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피고인이 의료인이 아님에도 바늘이 달린 문신용 기계에 염료를 주입한 후 피부에 상처를 내고, 염료를 피부에 스며들게 하는 방법으로 甲의 오른쪽 팔에 문신시술을 하여 구 의료법(2019. 8. 27. 법률 제165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7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의료법 위반의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甲의 오른팔에 이른바 '레터링(Lettering) 문신'을 해주고 그 대가로 35만 원을 받은 사실과 문신할 부위에 에탄올을 발라 소독하고, 타투용 펜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멸균 소독한 문신용 기계에 일회용 바늘을 장착하여 염료를 묻혀 기기를 작동시키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일회용 바늘로 피부를 찔러 염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밑그림과 같은 글귀가 나타나도록 서화문신행위를 하였던 사실관계를 의료행위의 개념과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한 공소사실 기재 문신행위는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에 해당하여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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