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2026도4423법원 판례 원문
[1] 현행 형사소송법상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는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항소심이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이거나, 항소심의 심리 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경우라야 한다.
[2]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야만 법관이 사실인정을 하는 데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 이를 위해서는 그 증거방법이 전문적인 지식ㆍ기술ㆍ경험을 가진 감정인에 의하여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거쳐 법원에 제출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채취ㆍ보관ㆍ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한다. 특히 그 증거방법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하거나 유력한 증거일수록 자칫 그 과학성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로 인해 형사소송의 요체인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증명법칙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3]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서 甲을 강간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이 핵심 증거인 甲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검사가 항소한 후 원심에 이르러 甲이 당시 입었다는 슬랙스 바지 및 위 바지에서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었다는 대검찰청 감정서를 증거로 제출하였고, 원심은 위 바지에 대한 DNA 감정 결과 피고인의 Y염색체 DNA형이 바지 안쪽 면의 사타구니 솔기부위에서 검출된 점 등을 근거로 甲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한 사안에서, ① 위 바지는 피고인과 甲의 성관계가 있었던 날부터 甲이 수사기관에 이를 제출한 날까지 2년 이상 甲이 보관하였는데, 甲이 바지를 보관하는 동안 甲 또는 제3자에 의해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있었는지, 바지가 수사기관에 뒤늦게 제출된 경위 등에 대해 甲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진술한 적이 없고, 재판 과정에서 심리가 이루어지지도 않은 점, 바지에서 피고인과 甲의 DNA 외에도 불상 남성의 DNA가 다수 검출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과학적 증거방법의 대상이 된 바지의 보관 과정에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객관적으로 담보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원심에서 주로 문제 된 당시 甲이 입었던 바지와 관련하여 검사가 유력한 보강증거로 제출한 위 감정서는 이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로 쉽게 취신하여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② 원심이 제1심과 달리 甲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을 거쳐 甲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함에 있어 원심에서 추가로 제출되어 증거로 채택된 감정서의 증명력이 이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 경우라면, 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방법인 위 감정서의 DNA 감정 결과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바지의 보관 및 제출 과정, 이에 관한 반대증거의 존재 등에 비추어, 검사로서는 채취ㆍ보관ㆍ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ㆍ훼손ㆍ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된다는 점에 대해 추가적으로 증명을 할 필요가 있고, 원심으로서도 이를 토대로 甲 진술의 신빙성을 심리, 판단하거나 혹은 위 감정서를 제외하고서도 원심에서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토대로 甲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위 바지에 대한 DNA 감정 결과의 증명력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사실의 구비 여부에 대한 심리 없이 만연히 이를 취신한 후 유죄의 증거로서 추가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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